<과학> 개미 신분따라 자는 방식도 달라
(서울=연합뉴스) 여왕개미들은 꿈까지 꿔가며 하루 9시간을 늘어지게 자는 반면 일개미들은 잠깐씩 눈을 붙이는 선잠을 여러 번 자며 총 수면시간도 여왕개미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과 텍사스 주립대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불개미(Solenopsis invicta) 집단을 관찰하면서 이런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는 일개미들이 기껏해야 몇 달 사는 데 반해 여왕개미가 몇 해씩 장수하는 비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곤충행동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들은 실험실에서 불개미들을 키우면서 여왕개미 3마리, 일개미 30마리, 애벌레 30마리가 들어있는 인공 침실을 조성한 뒤 유리덮개를 덮어 이들의 움직임을 계속 촬영했다.
불개미들이 보통 땅 속에 살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들의 수면 패턴이 빛과 어둠의 순환으로부터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찰 결과 일개미들은 불규칙한 간격을 두고 잠이 들지만 잠자는 시간이 각기 달랐으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잠자는 시간이 한 번에 평균 1분 꼴로 하루 250차례나 돼 하루 평균 4시간 48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는 언제든 일개미 가운데 80%가 깨어서 활동하고 있으며 항상 할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왕개미들의 경우 일개미보다 훨씬 규칙적으로 잠을 자며 세 마리가 같은 시간에 서로 포갠 채 잠을 자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왕개미들은 한 번에 6분 이상. 하루 약 90차례 잠을 자 하루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왕개미들은 이밖에도 특이한 두 가지 수면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어떤 때는 더듬이를 반쯤 올리고 입을 벌린 채 졸고 어떤 때는 더듬이를 완전히 접고 입도 다문 채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여왕개미들이 졸 때는 서로, 또는 일개미가 깨우기가 쉽다.
그러나 이들이 깊은 잠을 잘 때는 꿈을 꾸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더듬이가 빠르게 움직이는 RAM 수면은 등뼈동물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REM 수면과 같은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진은 잠의 기능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개미들의 경우, 여왕들이 평화롭게 장수할 수 있도록 휴식을 희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일개미들은 여왕개미와 그 새끼들을 추위나 굶주림, 포식자 등 죽음의 요소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소모계급이다. 따라서 일개미들은 위험이 높은 행동을 하고 덕분에 여왕은 장수를 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놀랍게도 여왕개미들은 6년의 수를 누릴 수 있지만 일개미들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살고 나면 고령으로 죽거나 먹이활동 중 사고로 죽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종의 여왕개미들은 최고 45년까지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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