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일반상식

"한식 세계화 앞서 우리 음식 가치 알아야"

maind 2009. 12. 26. 14:53

 

                    "한식 세계화 앞서 우리 음식 가치 알아야"

 

 

들풀은 가냘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질긴 생명력을 가진 것도 없다. 약선(藥膳)요리 연구가 정영숙(54·정림 대표) 약초양념연구원장은 들풀을 닮았다. 그런 그가 음식문화 개선 유공자로 28일 정부 포상 국무총리 상을 수상한다.

정 원장은 시간만 나면 들풀을 캐러 산을 헤매고 다닌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들풀만 보이면 캐고 가야한다.

대만에선 '대사부' 호칭까지
호텔 한식당 사라져 안타까워


"인삼과 녹용만 약이 아닙니다. 때로는 태풍과 장마에 시달리고, 오랜 가뭄을 견뎌내기도 한 산야초야말로 뛰어난 생명력을 가지고 있죠. 영양분도 풍부합니다."

그의 가치는 밖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 2005년 대만에서 열린 세계 약선요리 건강토론회에서 명인보다 높은 '대사부'의 호칭을 받았다. 지난달 13~29일에는 미국에 문을 연 한식문화연구원의 초청으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뉴욕의 한식당에서 약선 요리를 전수하고 왔다. 또 교포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약선 요리에 대한 강연과 시연회도 함께 열었다. 한식 세계화의 중심에 선 것이다.

정 원장에게 수상소감을 물었다. 그는 "한식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적을 인정받아 상을 받은 게 더 영광이지요"라고 말했다.

요즘 들어 한식 세계화를 소리 높여 떠들고 있지만 국내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국내 특급호텔에서조차 한식당이 사라지고 있어요. 한식의 세계화도 좋지만 우리 국민들이 먼저 우리 음식의 가치를 알아야합니다."

음식은 국경을 소통한다. 소통하기에 가장 빠른 소재가 먹을거리다.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지만 '건강 장수국' 대한민국은 우리가 가진 콘텐츠다. 음식 문화의 비결을 찾아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우리가 근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약선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리 조상들이 언제 레시피를 가지고 음식을 했나요. 음식은 마음입니다. 정성이 들어가면 약선이고, 밥상이 약상이 돼야 해요.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이 최고의 약선입니다."

약선은 예방의학의 개념이다. 그는 20여 년간 약선요리를 연구해 오며 간장과 된장을 단순한 장이 아닌 약으로 보고 있었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식의(食醫)'의 전통을 잇고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한정식집 '정림'은 산과 들에서 캐낸 온갖 약초들을 숙성시켜 양념을 만든다. 이렇게 자연 식재료만 사용해 음식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집 된장맛만으로도 밥 두 공기는 먹는다. 얼마 전부터는 비빔밥을 포장판매(테이크아웃)해 한식을 현대화시키는 모범 답안도 보였다.

그가 꼭 당부하는 말이 한 가지 있다. 자신은 어린 시절 과수원을 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식초와 과일 생즙을 먹고 자라며 자연의 음식에 눈을 뜨게 되었단다. "어려서 입맛이 평생을 갑니다. 어머니가 때마다 필요한 음식을 정성스레 차려준다면 온 가족이 평생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