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연구결과

운전대만 잡으면 '폭주남녀' 돌변 왜?

maind 2009. 6. 25. 20:18

 

 

'영역 보존의식'에 끼어들기 쉽게 흥분

 

 


 

"왜 운전대만 잡으면 이성을 잃을까?"평소 온순하고 친절한 사람도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폭주남녀'로 돌변한다. 남성 운전자는 호전적인 마초로, 여성은 아마존의 여전사가 된다. 왜 그럴까. 열악한 도로사정 때문인가 아니면 만주평야를 질주하던 고구려 기마민족의 피가 되살아났기 때문일까.


텃세, 난폭운전, 그리고 간헐성 폭발장애

'가족과 함께 모처럼 야외나들이에 나선 K씨. 평소보다 안전 운전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때 바로 옆 차선의 한 운전자가 끼어들려고 한다. '절대 그럴 순 없지'라며 앞차에 바짝 붙여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끼어들려든 차는 포기한다. 잠시 후 만족스럽게 운전하던 K씨는 깜짝 놀라 급제동을 한다. 끼어들지 못했던 차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면서 추월, 진로를 방해한 것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K씨는 앞차를 바짝 뒤쫓아가며 계속 클랙슨을 울리며 '쌍라이트'를 켠다. 아빠! 여보! 라는 가족들의 겁에 질린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


화 잦을 땐 간헐성폭발장애 의심
난폭 운전·양보심 부족 원인
까닭모를 최악 교통체증 발생도


이상은 운전자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에피소드 중 하나다. 왜 우리는 운전대만 잡으면 이성을 잃고 잘 흥분하게 될까. 라이브사이언스닷컴 최근호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만의 고유 영역을 가지고 있다. 만약 타인이 이를 침범할 경우 불 같이 화를 내게 된다. 차도 이런 고유 영역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가 침범하게 되면 공격적으로 돌변한다"는 게 과학자들이 꼽는 첫 번째 원인이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다른 운전자가 끼어들 수 있게 양보한다면 상대방 운전자는 부드럽게 반응해 또다시 양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끼어들지 못하게 했다면 상대방 운전자도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결국 서로 이성을 잃게 된다"고 설명한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난폭운전-교통사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에 따르면 이성을 잃은 공격적인 운전이 교통사고 중 3분의 1, 교통사망사고 가운데 3분의 2의 원인이라는 것.

하바드메디컬스쿨의 한 연구자는 "도로에서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간헐성 폭발장애'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간헐성 폭발성 장애를 가진 사람은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물건을 던지고 부수는 등의 공격적 행동을 보인다. 결국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이어진다. 한편 미국 성인의 7.5%가 간헐성 폭발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령과 같은 교통체증의 원인은?

자동차로 출퇴근하다보면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교통체증에 붙잡혀 꼼작도 못하게 되는 일이 있다. 교통사고나 도로보수와 같은 일도 없는데 최악의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MIT와 앨버타대 수학전문가들은 원인이 불분명한 교통체증(이하 유령 교통체증)이 어떤 경우 발생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유령 교통체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으며, 한번 형성되면 여간 해소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연구팀은 일본 연구팀과 함께 순환도로에서 시속 30㎞의 속도 운전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유령 교통체증은 도로에 차가 일정량 이상 많을 때 운전자가 앞 차의 꽁무니에 바짝 붙여 운전하거나 자주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때와 같은 작은 혼란이 빠르게 확산돼 최악의 교통체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런 교통체증은 마치 폭탄이 폭발할 때처럼 급속하게 확산된다는 점도 알아냈다.

운전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자칫 상대 운전자를 자극, 난폭운전-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체증도 유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연구다.

연구팀은 "이 수학적 모델을 이용하면 지난 50년대 최초로 이론화한 교통체증 방정식을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도로를 설계할 때 최적의 안전속도와 같은 것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보와 운전예절이 해결책!

사실 유령 교통체증은 교통량이 설계보다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폭운전이나 교통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유령 교통체증도 많은 게 사실이다.

시카고대 연구팀이 지난 1995년 500여명의 운전자에게 다른 운전자 때문에 가장 화가 나는 일을 설문조사한 결과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 바짝 붙여 운전할 때'로 나타났다. 또 최근 조사에서는 '운전 중 휴대통화'를 손꼽았다.

자신이 먼저 양보하고 서로 운전예절을 지킬 때 난폭운전과 교통사고, 유령 교통체증을 방지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