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연구결과

얼굴 기억·구별 못하는 것도 병 "나, 혹시 얼굴맹(盲)?"

maind 2009. 7. 6. 18:22

 

 

 

 

 

길 가다 만난 사람이 아는 척을 하는데 기억을 못해 당황한 경험 한두 번쯤은 누구나 갖고 있다. 조금 심한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한가인' '한지혜' '한예슬'의 얼굴을 구별하지 못한다. 아주 심하면 거울에 비친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의학용어로는 '얼굴맹(face blindness)' 또는 '얼굴 인식 불능증(prosopagnosia)'이라고 한다. 이 질환이 알려진 지는 꽤 오래됐으나 자세한 연구결과들은 최근에야 나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켄 나카야마 교수는 1600명을 대상으로 '얼굴 기억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 참가자의 2%가 얼굴맹으로 나타났다고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얼굴맹 또는 얼굴 인식 불능증이 심각해지면 아내와 자식은 물론 자신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상태가 된다.

1956년 보도된 최초의 환자 사례를 보면 교통사고 후 3주간 의식 불명 상태에 있다가 깬 뒤 다른 문제는 없었는데 오직 얼굴 인식만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뇌졸중에 걸렸다가 회복한 뒤 양을 키운 농부의 경우 수많은 양들을 구별하고 이름까지 붙여주었지만, 정작 사람들의 얼굴은 구별하지 못했다.

얼굴맹이 왜 나타나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일반적인 설명이 사물의 모양과 감촉을 처리하는 뇌의 '방추회'(측두엽과 후두엽의 중간) 부분이 뇌졸중 등의 이유로 인해 손상돼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데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것. 자동차 사고나 총상 등도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독일 뮌스터대 인간유전학연구소 켄너크네히트 박사는 의학유전학저널 최신 호에서 '얼굴맹이 뇌 손상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원래는 특정 가계에서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라고 밝혔다.

얼굴맹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표정 인식 장애'다. 표정 인식 장애는 상대방의 표정을 봐도 기분을 알아채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이창욱 교수는 "감정과 관련된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위인 '아미그달라'라는 곳이 고장 나면 상대방이 화가 났는지, 기분이 좋은지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눈치가 없다'는 등의 핀잔을 듣기 쉽다. 표정 인식 장애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훨씬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