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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오프라 윈프리’ 한국계 CNN 앵커 ‘메이 리’

maind 2009. 7. 22. 03:36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라 불리는 이가 있다. CNN앵커‘메이 리’. 그녀가 최근 ‘로터스 미디어 하우스’라는 프로덕션을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메이 리 쇼’를 진행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인 CNN 앵커 ‘메이 리’를 만났다.

 

 

 

60군데 이력서 넣은 뒤, 작은 시골에서 첫 방송

 
첫 한국계 CNN 앵커, 메이 리(41). 그녀를 만난 곳은 ‘여성다보스포럼’이 열리고 있는 워커힐호텔에서다. ‘CNN 앵커’라고 해서 늘씬하고 서구적인 체형의 화려한 마스크를 상상했으나, 그녀를 보는 순간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키는 160cm가 조금 넘는 듯했고, 얼굴 역시 서구적인 미인처럼 조그맣지도 않았다. 그냥 전형적인 한국인의 체형을 가진 ‘한국사람’이었다. 왠지 그런 사실이 기쁘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한국말이 매우 서툴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울 뿐.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그녀는 두 살 때부터 3년간 서울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밀스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소재 한 작은 마을의 방송국을 통해 언론계에 발을 들인 뒤, 1990년대 CNN 인터내셔널 도쿄 특파원, CNN 홍콩지사 첫 한국인 메인 앵커를 맡으며 화려하게 급부상했다.

하지만 ‘메이 리’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언론계에 발을 내딛고자 했을 때는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어느 곳에서도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

“CNN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마을에 있는 방송국에 입사하는 거였죠. 1990년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심해서 아시아인이 환영받을 수 없었죠. 60여 차례나 이력서 테이프를 돌리고 나서야 겨우 시골의 작은 방송국에 취직할 수 있었어요.”

처음 언론계 입문이 힘들었기 때문일까. 그후부터는 일이 의외로 쉽게 풀렸다. 동경 NHK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 CNN에서 동경 특파원을 찾고 있었는데, 이때 ‘메이 리’가 넣은 원서가 뽑힌 것이다.

이렇게 ‘타이밍’ 좋게 CNN에 입사하게 된 그녀, 처음에는 죽은 듯이 일을 먼저 배울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CNN의 스타가 된다.

“1995년이었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데, ‘일본 고베에 지진이 났다’며 비행기를 타고 가서 보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죠. 아직 한 번도 방송 리포팅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가서, 착륙 4시간 만에 주일 대사관 인터뷰에 성공했죠. 당시 CNN 본사에서 그 보도를 본 사람들은 ‘저 사람 누구지? 생각보다 잘하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대요. 그래서 CNN에서 한 첫 방송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웃음).”


성공의 4가지 열쇠는 ‘열정, 끈기, 생존, 인내’


CNN에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능력만 있으면, 인정받고 계속 승진할 수 있는 곳이다. 그녀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열심히’ 일을 하느냐였다.

그녀에게는 일을 하는 데 있어 꼭 지켜야 할 4가지 원칙이 있다.

일명 4P로 불리는 열정(Passion), 끈기(Persistence), 생존의지(Perseverance), 인내(Patient)가 그것.

 

성공을 향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열정’, 포기하지 않는 ‘끈기’,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존의지’, 하고자 하는 일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이 4P를 얼마나 실천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이것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이 리"는 CNN 앵커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5월 ‘로터스 미디어 하우스’라는 자신의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메이 리 쇼’라는 토크쇼를 제작, 싱가포르 케이블TV 스타월드와 홍콩 위성방송 스타TV 등을 통해 방송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아시아의 오프라 윈프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오프라 윈프리’와 같이 일을 해본 메이 리는 이런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오프라 윈프리는 23년간 ‘토크쇼’를 계속 진행해오고 있고, 난 아직 근처에도 못 갔어요. 비교하는 게 말이 안 되죠. 하지만 오프라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통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미디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죠. 난 그분이 매우 존경스러워요.”

메이 리가 진행하는 ‘메이 리 쇼’는 패션·이혼 등 여성들의 관심이 많은 다양한 소재를 다룰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CJ미디어의 올리브TV에서 방송될 예정이며, 오는 10월 4일 첫 방송 게스트는 ‘김태희와 다니엘 헤니’다. 이미 그들과 토크쇼 녹화를 마친 메이 리에게 한국 톱스타들과 함께한 토크쇼가 어땠느냐고 물었다.

“김태희는 다정다감하고, 따뜻했어요. 바쁜 촬영일정 가운데서도 인터뷰 시간 할애를 많이 해줬죠. 세련되고, 똑똑하며, 또 겸손했어요. 다니엘 헤니는 너무 잘생겨서 기절할 뻔했어요(웃음). 그는 자신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하고 있었고, 한국에서 오래 살지 않았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결혼보다 제 일을 할 수 있어 더 행복해요”


메이 리의 나이는 올해 마흔한 살이다. 하지만 아직 미혼이다. 과거 두 번의 프러포즈를 받은 적이 있지만,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한다.

“결혼하기 싫은 건 아니고,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 뿐이에요. 언제든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할 생각도 있어요.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불편한 것도 없어요.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찾기보다는 내 자신에게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도 부모님은 참한 한국 남자 만나서 결혼하길 바라고 계시죠(웃음).”

‘메이 리’의 꿈은 한계가 없다. 그냥 ‘무엇이든지 가능한 것은 다 해보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파고든다면, ‘미디어를 이용한 여성 인권 신장’이 그녀의 목표다.

“미디어계의 큰 제국을 건설하고 싶어요. 이걸 통해서 권력, 돈, 명성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미디어의 긍정적인 힘을 ‘여성’을 위해 활용하고 싶을 뿐이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양질의 미디어를 만드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레이디경향 2007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