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으로서 할 일을 할 뿐…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엄마로 기억되고 싶은 게 소망이에요” |
유호정·이재룡 부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선행을 실천해왔다. 해마다 5천만원씩 서울대병원 어린이 후원회에 전달해왔으며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인 ‘해비타트’ 홍보대사를 맡아 활동해왔고, 인터넷 쇼핑몰 ‘스타리퍼블릭’ 수익금의 일부를 굿네이버스에 기부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한국의 대표 선행 부부로 차인표·신애라, 션·정혜영 그리고 이재룡·유호정 부부를 꼽는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과 기부를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룡·유호정 부부 역시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5천만원씩 서울대병원 어린이 후원회에 전달했으며 2003년부터 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인 ‘해비타트’ 홍보대사를 맡아 활동해왔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 ‘스타리퍼블릭’ 수익금 일부를 굿네이버스에 기부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후원회 기부금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매년 전달해왔으나, 후원회 측에서 익명의 후원자가 이들인 걸 확인하고 감사패를 전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이재룡은 디자이너 이상봉 등 세 명의 인사와 함께 위스키 브랜드 로얄 살루트가 제정한 ‘컨템퍼러리 노빌러티’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이 상은 사회를 위한 비전을 보여주는 인물을 위해 만들어졌다.
작은 정성이 힘이 될 때 보람 느껴
이 부부는 유난히 자신들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쑥스러워한다. SBS-TV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 방영을 앞두고 만난 유호정은 이에 대한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저희가 나서서 하는 걸 불편해해요. 특별히 (선행을) 많이 하는 건 아니에요. 남들이 하는 만큼 할 뿐이죠. 사랑의 집짓기 운동 같은 경우는 공인인지라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취지가 좋아서 동참했어요. 집이 없는 가족에게 보금자리를 선물해서 자립 의지를 키워주는 것이 의미가 있더라고요. 매년 참여할 때마다 얻고 오는 것이 많아서 즐겁게, 연중행사처럼 다녀와요.”
이들의 선행은 결혼 전부터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오던 이재룡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이재룡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에게는 10원 한 장 쓰는 것을 아까워하셨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너그러운 분이었다. 결혼 후 이들은 뜻을 모아 이전보다 더 왕성하게 기부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유호정이 더 적극적이라 이재룡이 따라갈 정도다.
“저도 엄마니까 아이들에게 환경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잘 알거든요. 지난번에는 수해 난 가정의 아이가 몇 달째 컨테이너박스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비가 오면 컨테이너 박스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틱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집이 완공되면 열쇠 전달식이 열린다. 열쇠 전달식은 열쇠를 받아 들고 감격해 하는 집주인과 그 모습에 덩달아 뭉클해지는 자원봉사자로 눈물바다를 이루곤 한다. 유호정 역시 자신의 작은 힘이 보탬이 된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울게 되고 가슴 뭉클해지죠. 며칠 안 되는 잠깐의 봉사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힘이 되는구나 생각하면 뿌듯해요. 전달식이 있을 때는 감동도 받지만 책임감도 많이 느껴요.”
이들은 일곱 살 아들과 다섯 살 딸에게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이를 돌려주려 애썼던 좋은 아빠·엄마로 기억되고 싶은 소망’을 갖고 따뜻하게 이웃을 품고 있었다.
같은 일을 하는 배우자,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어
봉사에 있어서 한뜻을 가진 이들은 일에 있어서도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은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된다.
이재룡은 아내가 출연하는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 출연자 못지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침 그가 진행하는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의 녹화가 드라마 녹화와 같은 날 있기 때문에 드라마 세트장을 수시로 찾아와 아내를 응원하고 있다. 게다가 아내의 상대역인 절친한 친구인 윤다훈까지 가세해 촬영 분위기는 명랑 그 자체다.
“남편과 녹화하는 날이 같아서 일주일에 두 번씩은 방송국에서 만나요. 저를 감시하러 오는 거죠(웃음). 윤다훈씨는 매번 빈손으로 온다고 불평하는데, 이제는 정말 (먹을거리를) 오겠다고 그래요. 드라마 대본을 보고 ‘적절한 캐스팅인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신경 써주고 격려를 많이 해줘요.”
출연자만큼이나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재룡을 실제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윤다훈은 자신의 환자로(극중 윤다훈의 역할도 의사다) 이재룡을 카메오로 출연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유호정은 실제 남편과 드라마 속 남편에 둘러싸여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달리 드라마속 유호정과 윤다훈은 곧 이혼위기를 맞는다. 극중 이수남(윤다훈)이 의료봉사차 방문한 곳에서 말 못할 사정으로 인해 얀티(하이옌)와 결혼식을 올리고, 이 사실을 오설란(유호정)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저는 오설란과는 좀 달랐을 것 같아요. 남편이 아내에게 솔직하게 고백한 뒤 지혜를 구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해요. 물론 오설란이 쉽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랬겠지만, 흔치 않은 일이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 아내로서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요?”
유호정은 오설란보다는 이해심이 많다. 윤다훈은 이재룡에게 언제나 “결혼 잘했다”고 말하곤 한단다. 한때 확인되지 않은 불화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들은 서로 존중하면서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해 나가는 잉꼬부부다.
“이제 결혼 15년 차가 되니까 사실 눈빛만 보면 알죠. ‘이런 행동을 하면 싫어하겠구나.’ 그래서 싸움까지 갈 만한 상황은 많지 않아요.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어느 정도 알죠. 갈등 상황이 생겨도 그 시간이 지나고 난 뒤 ‘그때는 기분이 나빴어’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갈등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부딪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유호정을 만난 건 한창 후배들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녀는 후배들에게 연예인끼리 결혼하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쪽이다.
“결혼을 앞둔 후배들을 만나면 결혼 상대자를 배우 중에서 찾아보라고 해요. 특히 여배우는 남편의 이해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여배우에게 가장 좋은 배우자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배우 커플이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슴인 줄 알았는데, 호랑이?
배우 유호정은 여러 모습이 공존한다. 동그랗고 순한 눈을 보면 여전히 소녀 같은 청순함이 느껴지지만, 말할 때 이외에는 꼭 다문 입가에서 어딘가 모를 고집스러움도 느껴진다. 또 말간 눈빛에서는 호기심과 왠지 모를 장난스러움도 묻어난다. ‘발칙한 여자들’이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맡은 역할은 바로 이 세 번째 이미지에 해당한다. 유호정이 맡은 ‘오설란’은 ‘위기의 주부들’의 브리 반 드 캠프처럼 완벽주의자지만 어딘가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풍긴다.
“일단 재미있어요. ‘발칙한 여자들’에서도 비슷한 면이 있었는데, 연기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제 안에 숨어 있는 깐깐함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요. 데뷔 초기에는 늘 순한 역할만 하다가 중간에는 다른 캐릭터도 맡았죠. 어떤 캐릭터든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유호정의 실제 모습은 드라마 캐릭터 오설란처럼 시간표대로 살 정도의 깐깐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주부라는 점에서는 오설란과 통하는 면이 있다.
“사실 저는 완벽주의라기보다 털털한 편에 속하거든요. 그래도 집에서는 깐깐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남편이 가끔 ‘사슴인 줄 알고 결혼했는데, 호랑이었다’라는 말을 하거든요. 아이도 키워야 하고, 배우로서의 삶도 있고, 아내 역할도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 쓸 수밖에 없거든요. 깐깐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이런 점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발칙한 여자들’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의사를 맡았다. 전작에서는 치과의사, 이번 드라마에서는 소아과의사다.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 전 남편 이재룡이 드라마 ‘종합병원 2’에서 맡은 역할 역시 의사였다는 것이다.
“의사 역할에 부담은 없어요. ‘발칙한 여자들’에서도 의사였고, 남편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전문용어나 몸짓, 말투를 가까이 접했으니까요. 특히 저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소아과의사라 그다지 어려운 건 없어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는 심정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죠.”
드라마는 이혼, 정신적인 외도, 미스맘 등 심각할 수 있는 소재를 밝게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는 윤다훈의 역할도 한몫한다.
"윤다훈씨는 정말 (코믹 연기를) 잘하세요. 저는 정극을 많이 해서 순발력이 없는데, 윤다훈씨는 다들 아시다시피 애드리브의 천재잖아요. 상대방의 애드리브를 받아서 소화하면서도 자기의 대사도 다 해요. 예를 들면 임현식 선배님이 ‘숟가락이 바뀌었네’라고 애드리브를 하시면, ‘어머, 또 바뀌었어요?’ 하고 받아치죠. 보통 그럴 경우 당황해서 대사를 까먹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런 부분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요.”
발레로 건강과 아름다움 모두 찾아
“지금부터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재능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다양한 것들을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둘째 아이는 큰아이를 보고 배우는 것이 많고, 큰애가 할 때 같이하니까 빠른 것 같아요. 제가 극성스러운 성격은 아니에요. 아이가 즐거워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아이를 의사로 키우는 건 어떠냐” 물으니, 드라마를 보고 아이가 벌써 “힘들겠다”며 지레 겁먹었단다.
“‘종합병원 2’에 출연한 아빠를 보더니 ‘의사는 정말 힘들 것 같아요’라고 하더군요(웃음). 수술실에서 몇 시간 동안 서 있는 모습이 힘들게 보였나 봐요. 첫째 아이는 운동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데, 뭐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시키고 싶어요.”
언제나 변하지 않는 외모를 가꾸는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움의 비법은 바로 발레라고 한다.
“제가 솔직히 운동도 싫어하고 게으른 편이에요.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할 시간도 없죠. 그런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더구나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아픈 데가 많아졌어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는 발레를 배우고 있어요. 발레리나 같은 멋진 동작을 하는 발레가 아니라, 스트레칭 위주의 요가 발레예요.”
발레를 시작한 지 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운동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특히 허리 통증이 줄었다.
“발레를 꾸준히 하다 보니 정말 좋아졌어요.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들도 발달하고 이전보다 건강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 허리가 아팠는데, 지금은 좋아졌어요. 허리는 근육이 강화되어야지만 낫는다고 하잖아요.”
언제나 뽀얀 피부의 비밀은 집중 관리. “평상시에 집에 있으면 관리를 안 하다가 촬영 앞두고 피부과에서 집중적으로 관리를 받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의 아름다움의 비결은 아름다운 마음씨가 아닐까? 나눔 속에서 보람과 행복, 감사를 느끼고 발견하는 유호정. 그녀에게 아름다움 그 이상의 매력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 듯하다.
레이디경향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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